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복효근 목련후기  중

어느새 무더워져 여름이 시작된 어느날 
뒤늦게 봄이 떠났음을 인정합니다.

곧 떠나리라 이별을 준비하듯 떨어지는 꽃잎은 
사랑에 빠지고픈 고백처럼 다가와 오해를 사게 됩니다. 
한 철 뿐인 그 설렘을 잊지못해 

올해도 오래도록 그 꽃잎을 기억하려 합니다.

좋아합니다, 이 계절 끄적이는 낭만을.
오래도록 잃지 않고 간직하며 사랑하려 합니다. 
이 계절을 함께한 너를, 너랑만 기억하는

우리의 낭만이 된 이 계절의 향을.

낮은 달은

친히 나를 마중나온,
유난히 붉고 밝게 빛나는 달이 
마치 나를 환히 반기는 

네 미소를 닮았다.

봄인사

유달리 짙게 남은 채취와 귓가에 맴도는 목소리
하필 일어난 상황에 하필 너와의 눈맞춤이 

우리는 우연을 가장한 운명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선택없이 찾아오는, 일어나는 사람과 상황은 없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내 시간이 어디서 어떻게 흐를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선택에 따르는 수고를 감내해야 합니다. 
지나칠 사람, 지나갈 상황은 애초에 없습니다. 
당신이 애쓴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거죠. 
아, 하지만 타이밍이 참 중요합니다. 
오늘 그대와 하고픈 이야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대는 순간으로 이뤄진 사람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손 끝에 힘을 들이던 순간, 
타인과의 대화 속 단어를 조합해 말하던 순간, 
나에게는 열네살에 그 책을 집어든 것이 
열아홉에 글을 사랑하는 나를 만든 선택입니다. 

이처럼 기억해 되뇌는 순간이 있는 반면 
잊혀진 순간이 많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잃고 잊으니 가지고 있는 기억된 순간이 귀하듯 
늘 망각하는 우리를 너무 나무라지 맙시다. 

봄비 내리는 4월입니다. 
비릿한 감이 있지만서도 들이마시며 느끼는(느껴지는) 
젖은 흙과 습하지만 시원한 공기가 봄인사를 건내는 듯합니다.

조금 더 진한 농도로

수없이 많은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는
결코 선한 일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살아가며 겪는 모든 상황은 또하나의 실험일테지.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실험 해보려 해. 
위험할 수 있지만, 다칠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진한 농도로 사랑해보려 해. 

너를 대상으로 하는 사랑이 선한 목적의 실험이 되기를. 

그럴 용기와 담대함이 있는지 묻고싶어. 
사실 나는 많이 흔들리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며 어지럽지만.

조금 더 진한 농도로 우리의 사랑을 실험해보면 어때.

물결

내 호수에 생긴 잔물결은
그대들이 머물다 간 숨결이겠지요.

당신께 전하고픈 말

부디 살아온 오늘이 옅은 미소로 번지는 날이길 바랍니다.

언젠가 그의 시선이 미칠듯 궁금했던 적이 있다

언젠가 그의 시선이 미칠듯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와 눈맞춤을 하는 사물은 무엇인지 
그의 머리에 맴도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왠지 그가 보여 왔다. 
내겐 반짝이는 존재였으니. 
그를 바라보던 내 순간에 존재해주어 고맙다. 
내 시선에 담겨주어 마음에 채워지는 존재로 그 날을 살아주어 고맙다. 

이제는 아니지만 이전에는 맞았으니 
부정하기엔 너무나 분명했다.

수줍은 방황

너는 말했다.
내 말에 담긴 의미를 찾아달라고. 

나는 말했다. 
네 맘을 그저 입술로 말해달라고. 
 
넌 수줍은 듯 다시 시선이 방황했다. 
네 사랑스러운 수줍음 

나는 그 수줍음이 좋았나 보다. 
네 수줍음에 나는 반응한다. 
네 눈짓에 손짓에 나는 반응한다. 

한 번은 부정하고 
한 번은 방황하는 너는,
묻지 않아도 말한다.

관심

내 향수 냄새를 안다는 게
내가 오늘 입은 옷을 안다는 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안다는 게 
내 얼굴을 안다는 게 

그 애가 하는 하는 농담이
그 애가 건네는 어설픈 표현이 
그 애가 날 궁금해 하는 질문이 
그 애가 입술 열어 만드는 파동이

좋다.

교만

용기 없다고 생각했다.
투박한 말투라고 생각했다. 
서툴다고 생각했다. 
괜히 찌질하다고도 생각했다. 

네가 더 다가와주길 바랬다. 
좀더 다정히 대해주길 바랬다. 
나를 더 헤아려 능숙하기를 바랬다.
더 멋있어 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용기없는 것도 
투박했던 말투도
서투른 방식으로 다가섰던 것도
찌질했던 것도 

모두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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