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세상에 그냥은 없는 것을.
세상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다만 그 이유가 너무 많아 사용하고는 한다. 
‘그냥’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한다. 
더이상의 설명을 하고싶지 않을 때.

추억

추억은 특별합니다.
그 자체가 특별하다고 하기 보다는 
추억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억을 통해 지나칠 수 있는,
깊은 기억 속으로 빠져 잊을 수도 있던

삶의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되니
특별한 게 아닐까요. 

그런 추억을 만들어준 그대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이 특별합니다.

우연에 노력이 더해져야 운명

이제는 기억이 나질 않아요.
그의 이름이.
이제는 떠오르지 않아요.

그 감각이.
어쩌면 이제서야 진정 당신을 잊었다

이야기할 수 있을런지요.
어쩌면 이게 이름이 부여되지 않은 관계의

결말이라는 것인지요.
‘운명'이라는 말은 호감스럽지만

조금은 꺼려집니다.

필히 정해진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나에 대한 계획과

기대와 준비가 있었다는 것임과
동시에 어떤 노력과 열심을 더해도 
변하지 않을 무언가-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운명은 만드는 것입니다. 
우연으로 그칠 수 있는 네게 먼저 건넨 말이

서로의 눈맞춤을 초래할테죠.

우연히-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그냥'은 없습니다.

자화상

나보다 더 오래도록 타인의 눈가에 내가 남는다는 것.
당신이 보는 나는 어떠할까-궁금해 들여다보았습니다. 

정리하지 않아 정갈하지 못하지만 모양새가 잡혀있는 눈썹,
쌍꺼풀이 없고 사이사이 속눈썹이 촘촘히 난 눈,
우측과 좌측에서 바라본 모양이 다른 조금 휜 코,
작고 조금 부푼 듯해 보이는 입술. 

얇고 손바닥 보다 조금 더더 긴 거울을 손에 잡고
지저분한듯 보여 한 번 두 번 닦고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그제서야 감춘듯한 것이 보였습니다. 

눈 아래를 타고 흐르는 듯한 점이 있습니다. 
왼쪽 눈 아래에 둘, 오른쪽 뺨에 하나. 

눈물이 점이 되어 얼굴에 남았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위해 흘릴 눈물이 언제나 마르지 않은 채 
남아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쁩니다.

안다는 건

안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
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사랑해야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랑해야 알아도 된다.

요즘 알고싶은 아이가 있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설 수 없어 조심스럽다. 
더 알면 정말 사랑해야할까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지 않고 긍휼의 마음이 없는데 
알게되어 상처줄까 두려운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생각된다.

의미부여

보여지는 것이
들려지는 것이 
만져지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그리고 
보여주는 것이 
들려주는 것이 
만지도록 내어주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말과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이 전부인 것 마냥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래도 당신이 내게 들려주기로, 
보여주기로 결정한 것이 그것이니 
내게는 전부처럼 다가오는 게 아닐까. 

당신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는

그게 전부이니까.

당신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준 것이

그 뿐이라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추억을 더듬기엔

추억을 더듬기엔 아직 어리다.
아껴둔 기억을 꺼내어 추억이라 노래하기에는
아직 모아둔 것이 적기에 
간직할 추억을 더더 정성스레 수집한다.

추억을 더듬기엔 아직 어리기에
좋은 것을 귀한 것을 소중한 것을 모은다.

싸구려 생각, 병든 감정 따위가 아닌
가장 최고의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싶다.

우리, 그런 것만 간직하자.

무제

햇살을 가득 머금은 듯한 사람이 되고싶다.
그저 따뜻한 온기가 아닌 건강한 에너지로 
우울을 살균하는 사람 말이다. 

그리고 그런 글을 쓰고싶다.

해바라기

여름 내내 줄기만 높고 굵게 자랐다.
노력만 주구장창 한 줄 알고 왠지 안쓰러웠다.
뜨거운 볕을 견디며 무럭무럭 자란 것이 끝일까봐. 
각자의 때가 있는 법인데 한 시기에 끼워 맞추려 했다. 
그게 내가 될까- 싶은 생각에 괜히 걱정스럽기도 했다. 

결국엔 꽃 피울 날이 있는데 말이다.

가장 편한 미련

오늘 저녁은 선선하다

질척이지 않으니 
이 여름도 이제는 
떠나갈 때가 온 걸까

늘 이별 앞에서 우리는 
가장 편하게 미련을 즐기는 듯 하다

당신을 닮은

스승을 닮은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스승을 만난 이의 도리를 지키고 싶습니다.

당신과 같이 좋은 사람이 되고 
당신과 닮은 좋은 스승이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당신을 닮은 스승이 되고싶습니다.

우리의 열아홉

어느덧 습기를 가득 머금은 계절이
우리를 찾아와 이따금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변화하는 중이라고

이야기해주는 듯 한 계절이야.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이 들었어.
잘해온 걸까, 잘하고 있는 걸까 -
 
'스물'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 
어른이 되어갈 준비는 조금 버겁기도 해.
어른이 된다는 건 성장한다는 건 
분명 그만큼의 통증이 따르는 것 같아.
 
우거진 숲 마냥 푸르른 우리의 오늘이 
어떤 모양을 하고있는지 하늘을 올려다보자.
앞만 보며 우리가 보지 못한 곳, 
우리의 머리 위에는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한 것을 
찬찬히 느끼며 나아가자.
 
차곡차곡 쌓아가고, 
한 겹 두 겹씩 잃어가기도 하며 
저마다의 매력으로

여전히 빛나는 달과 닮은
우리의 열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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