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여행을 가게 된 배경
안녕하세요, 저는 드리미학교에 재학 중인 이혜민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무료함을 느낄 때 습관처럼 외는 말이 있습니다. “아- 여행가고 싶다.” 환기를 필요로 하던 제게! 학교는 기회를 줬습니다. 물론, 코로나 이전 2019년에 말이죠. 랜덤으로 배정된 팀원과 5일 간의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서 고생하라’는 주제의 일명 로드트립! 고민 끝에 언제라도 할 수 있는 여행 말고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을 해보자는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본론 : 여행을 경험하며 느끼고 배운 것
사서 고생을 해보라니 움직임이 많은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전거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낭만을 빼놓을 수 없었기에 중간중간 그림도 그릴 생각으로 풍경이 예쁜 제주도 비행기표를 끊습니다. 하고싶은 건 추리다 보니 정했다지만 난생 처음 여행의 일정과 숙소 및 식사 등 모든 것을 스스로 정해야했기에 당황스러웠던 것 같아요. 제주 자전거 일주 이외에도 강릉 버스킹 여행, 전국 랜덤 여행, 약점 극복 여행, 강화도 역사문화기행, 전주 농활 여행, 자연향유 여행,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 여행 등 팀별로 특색있는 여행을 했습니다. 고민도 많았고 기대도 가득 안은 채로 도착한 청주공항! 탑승 전 여유시간이 생긴 우리는 도란도란 모여 여행에 대한 기대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래서야 한 번 뿐인 여행으로 기억되겠어?’ 하는 생각이 들어 제주도 반 바퀴만 돌려고 했던 우리의 계획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자전거 여행이라는 것만 빼고 말이죠. 제주도 한 바퀴 일주를 목표로 하고 사전에 마쳤던 숙소예약을 모두 취소합니다. 아까울 수도 있었던 위약금 11만원을 물면서까지 말이죠. 동행하신 선생님께서는 안전과 결제을 책임질테니 해보고 싶은 거 도전해보라 하셨던 게 기억나요.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곳을 갈 수도 있는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모두 기대를 품은 채 비행기를 탔습니다.
제주에 도착한 우리는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분주했습니다. 숙소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별 생각 없이 들어간 중국집에서 끼니를 챙겼어요. 그런데 씀씀이 좋으신 사장님께서 식사를 넉넉하게 챙겨주셨어요. 값없이 베풀어준 호의에 감사하며 첫 날 밤 눈을 감았습니다.
다음날 해가 밝을 즈음 드디어 우리의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비행기 날짜에 맞추기 위해서 3일만에 240km에 달하는 제주도 한 바퀴를 돌아야 했죠. 자전거 대여소 아저씨는 제주 맞바람의 무시무시함을 아냐며 우리를 마구 겁줬어요. 하지만 내가 경험한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달렸습니다. 페달을 밟고 또 밟으며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가 꽤나 재밌다고 느낀 건 얼마가지 못했습니다. 이내 쉽지 않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바다가 보이는 도로를 달리는가 하면, 차 한 대 달리지 않는 외딴 길을 달리기도 했어요. 다른 팀은 이것저것 맛있는 걸 골라먹는 때에 우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렸습니다. 정말 힘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곳에 있는거지. 나는 왜 페달을 밟아야 하는거야! 하며 마침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고등어 조림을 먹는 순간! 이거 하려고 온거구나 하며 다시 열심히 달렸습니다. 어느덧 밤이 되었고 어쩌다보니 길을 잃어 멈추어 섰습니다. 용달차를 불러 숙소까지 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자존심이 너무 상할 것 같아 그러지 않았어요. 하루 온종일 자전거로만 110km를 달렸건만 명색이 자전거 여행인데 우리 손으로 용달차를 부른다니… 그럴 수 없었어요. 다시 이곳에 와서 자전거를 타겠다는 생각으로 근처 복지센터에 자전거를 맡겼습니다. 내일 아침 자전거를 찾으러 오겠다며 택시를 부르려는데 시설 직원 분께서 차를 태워줄테니 타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덕분에 택시비도 굳고 추천해주신 식당에서 뜨끈한 국밥과 또 한 번의 호의를 받게 됩니다. 다음날 우리는 자전거를 찾아 여정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체력적으로 힘들어 하던 친구는 더이상은 힘들겠다며 조심스레 이야기했습니다. 식비와 간식비, 마지막 파티를 위해 예산을 아껴야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우리 모두 그 친구를 걱정하기 바빴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넉넉한 택시비와 여유돈을 주며 숙소로 보냈죠. 아무도 그 친구를 나무라지 않았어요. 여정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페달을 밟았습니다. 2일째 되던 날도 열심히 달렸어요. 엉덩이와 손바닥, 어깨, 팔 등 이곳저곳 아팠지만 군말 없이 페달 밟기를 계속했어요. 그리고는 3일째 되던 날, 결국에는 해냈어요! 우리는 두 다리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고 여행다운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을 하며 끊임없이 도전했습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를 다짐한 것도 도전, 페달을 밟는 모든 순간이 도전이었죠. 그리고 선택에 대한 책임, 힘든 것도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을 배웠어요. 힘들면 천천히 가면 되잖아요. 멈추고 돌아가면 포기하는 거니까. 그리고 감사했어요. 각자의 역량에 따라 협력해준 친구들과 선생님께 감사했어요. 첫 날 저녁을 든든히 챙겨주신 중국집 사장님부터 사회복지사님과 여러 식당 사장님들, 지나가는 길에 불러 갓 딴 귤이라며 건네주신 농부 아저씨까지. 인심 좋은 제주도민들의 도움으로 풍성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결론 : 학교에서 기대한 여행과 내가 얻은 것
이렇듯 자전거 여행으로 용기와 책임감, 감사를 배웠습니다. 좋은 여행이었고 잊지 못할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얻었기 때문인데, 그건 바로 협력입니다. 우리는 10대 다운 패기로 도전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패기로 바꿀 수 있었던 건 선택에 대한 책임이었어요. 타인의 인정이나 부러움을 사는 일은 못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약속했습니다. 잊지 못할 여행이 되자. 몸과 마음으로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자. 모두가 한 마음이었기에 된다, 잘한다, 괜찮다 하며 협력했다고 생각해요. 여행으로 배운 협력은 거창하지 않았어요. 함께하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이었죠.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우리의 웃음소리입니다. 우리의 웃음소리는 참 많은 걸 담고있었어요. 힘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응원하고 의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들로 인해 지치고 포기할 수 있었음에도 함께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한 친구들과 선생님께 감사하단 이야기를 전하고싶어요. 그리고 이런 반짝이는 경험에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고백하고 싶어요. 학교로 돌아가니 여행에서 배운 게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종종 제주를 힘차게 달렸던 그 3일을 기억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속으로 외는 말이 있습니다. ‘도전하자, 용기내자, 책임지자, 협력하자. 해봤으니 할 수 있다.’ 저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꿈꿀 것입니다. 하루하루 좋은 사람이 되고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관계 공동체 속에서 책임있는 그리스도인이, 때론 과감하게 선택을 할 수 있는 청년이 되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